인터뷰 -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의 저자 이민경 씨

기자명 유하영 기자 (melon0706@skkuw.com)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담긴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은 나쁘지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답답했던 적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을 집필한 이민경(24) 씨는 책을 통해 여성 차별적 발언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대화의 기술을 알려준다.

 

언어에 초점을 맞춘 책을 집필한 이유가 무엇인가.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여성을 차별하는 말을 들었을 때 무엇인가 불편하긴 하지만 대응할 방법을 찾지 못해 혼란스럽다면서 페미니즘 이론 공부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더라. 그런데 이는 이론 공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말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이론 공부를 했다고 하더라도 대답할 말이 미리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화만 날뿐,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사람의 질문이 왜 잘못됐는지에 대해 미리 말을 준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고 한 것이다.

집필 의도에서 여성을 차별하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 답답한 사람들을 위해 썼다고 밝혔다. 본인이 직접 경험한 일상 속 여성 차별적 발언 중에서 가장 심각하다고 느낀 것은 무엇인가.
“남자애들은 원래 화나면 잘 못 참잖아, 여자인 네가 참아.” “남자들은 필기 잘 못 하니까 잘하는 여자가 한번 보여줘.” “남자는 여자 다리 보는 게 본능이라 어쩔 수 없어, 네가 이해해.” 이런 말들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이는 여성을 높이는 말인 듯 보이지만, 사실 남성들의 잘못된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든 함부로 말할 수 있고 행동할 수 있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통제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남성들의 잘못된 행동은 저런 말들을 통해 정당화된다. 남성이라는 사실이 어떤 경우에는 우월하고 이성적인 것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모든 일에 대한 핑계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말을 들으면 불편하지만, 화를 내기가 힘들다. “칭찬했는데 왜 화를 내냐”고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직접적인 차별 발언보다 일상 속의 미세한 권력관계가 담긴 말이 더 무섭다고 생각한다.

책에서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상대방과 대화를 할지 말지부터 정하라고 말했다. 이런 대응법은 어떻게 생각해냈는가.
여성 차별적 발언에 대응할 때 말문이 막히는 것은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힘의 차이에서 비롯된 문제다. 그동안 남성의 ‘은근한 권위’에 눌려있었던 것이다. 사회적으로 남성의 말이 더 정당성 있게 받아들여지고, 남성이 더 권력을 가지고 있다 보니 개인적인 대화 속에서도 항변하는 쪽은 항상 나를 비롯한 여성들이었다. 이러한 권력관계에서 벗어나 질문 자체에 집중하니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가 금방 눈에 보였다.
그렇게 찾아낸 대응법 중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이 바로 ‘대화를 할지 말지의 문제를 먼저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성차별적인 발언을 들었을 때 ‘어떻게 설명해줄까’만 생각하지 ‘설명 자체를 할지 말지’의 문제는 고려해 본 적이 없다. 질문에 상처받았거나 지쳤을 때는 답을 하지 않음으로써 불필요한 소모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차별이 아직도 존재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
책에서 말한 대응 방법들은 대화하는 상대가 자신과 비슷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이다. 그러므로 막상 현실에서는 책에서 소개한 것처럼 대응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교수나 선배에게 성차별적 발언을 들었을 때 이에 대항해 큰 소리를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따라서 저항하지 못했다는 것에 전혀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본인이 할 수 있는 한에서 나름의 길을 찾아보면 되는 것이다. 만약 그저 듣고만 있었던 것이 후회된다면 다음에 한 번쯤은 용기를 내서 지적하면 된다.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을 하지 못했다고 해서 죄책감을 느끼진 않아도 되지만, 그래도 한 번 정도는 그런 발언에 제동을 걸어보자고 독려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