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하영 기자 (melon0706@skkuw.com)

많은 학우들이 성차별을 경험하고 이에 상처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성차별적 언어가 우리 일상 속에 너무도 깊게 자리 잡은 나머지 자신의 말이 누군가를 차별하는 발언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지난 12일 인권 네트워크 ‘사람들’ 성균관대 모임이 주관한 <그래도 되는 존재는 없다> 집담회가 열렸다. 아래는 집담회에서 나온 발언들과 우리 학교 학우들이 직접 겪은 일들을 일부 정리하고 그 문제점을 우리 학교 양성평등센터 김희정 박사와 최문희 사회학과 교수의 조언을 받아 작성했다.
언어란 상호작용 속에서 일어나며 맥락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제시한 해석이 항상 맞을 수는 없다. 그러나 어떤 말이든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듣는 이에게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여학우 남학우 모두 이런 말들의 피해자도, 때론 가해자도 될 수 있다. 이 말들은 왜 성차별적일 수 있으며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

일러스트Ⅰ유은진 기자 qwertys@

"야 너는 남자 구실도 못하게 생겼다."
얌전하고 조심스러운 남자를 보면서 우리는 이런 말을 자주 한다. 그리고 이런 말을 들은 남성은 자신이 마치 ‘남성’의 무리에서 빠져버린 것 같아 기분 나빠한다. 따라서 얼핏 보면 이 말은 남성에 대한 성차별적 발언 같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여성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남성에 대한 기대치를 높게 잡아두고, 이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을 여성 같다고 말하는 것이다.
Tip. 앞으로 이런 말을 들으면 과감히 말해보자. “내 성격과 행동이 뭐가 어때서? 이건 여성스러운 게 아니라 나다운 거야. 여성들과 나를 욕보이는 말 하지 마.”

"너 너무 세!"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펼치고 시원시원하게 말하는 여성을 두고 ‘센 언니’ 라고 부른다. 이 말은 특히 우리의 일상에서 “센 여자는 피곤하다”는 맥락 아래 자주 쓰인다. 여자는 다른 사람들의 말에 수동적으로 수긍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여성이 강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거나 상황을 이끌 때 이를 ‘세다’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사용해 말하는 것이다. 남성이 자기주장을 펼쳤을 때는 “너 너무 세다”라는 말 대신 “강인하고 멋지다”라는 말을 하는 것에서 쉽게 알 수 있다.
Tip. 이 말을 들었을 때 ‘세다’라는 말을 ‘힘이 있다’, ‘능력이 있다’는 긍정적인 표현으로 받아들여서 대응해 볼 수도 있다. “자기 생각을 얘기할 때 누구나 이 정도는 힘이 있어야지!”

"넌 무슨 여자가 화장도 안 하고 다니니?"
우리 사회는 여성의 화장을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한 여학우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화장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면박을 받았다고 한다. 남성은 말 그대로 단정하기만 하면 용인되지만, 여성은 단정 그 이상, 즉 꾸밈을 강요받는다. 사회는 화장을 너무 당연하게 ‘예의를 차리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앞으로는 주변 여성이 매번 화장하는 게 귀찮다고 푸념할 때 “누가 너보고 화장하래?”라는 말은 삼가자. 화장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된 데에는 사회적 분위기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만족을 위해 화장하기도 하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화장하기도 한다. 화장이 우선순위가 아닌 사람도 있고 화장하지 않을 자유도 있다.
Tip. “난 오늘 화장이 우선순위가 아니어서. 오늘 시험을 잘 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안 했어.”

"요리 잘하네~ 시집가도 되겠다."
수많은 여학우들이 지난 추석에 들었을 말이다. 온 가족이 모이는 즐거운 명절날, 요리 잘한다는 칭찬까지 들었는데 이게 왜 여성 차별이지? 내가 더 불편하다, 이 프로불편러들아!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말 속에는 여성에게 성 역할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숨어 있다. 집안일은 여성의 역할이라는 선입견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혼한 여성이 요리를 잘한다고 하면 이를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이런 분위기가 모든 여성을 요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만든다.
Tip. “요리 잘한다는 칭찬이시죠? 감사합니다! 결혼하면 남편이랑 서로 번갈아 가며 식사 준비하려고 배웠죠! 누구 한 명한테 요리를 전적으로 맡길 수는 없으니까요.”

여학우든 남학우든 자신에게 오로지 여자, 남자라는 이유로 특정한 성 역할을 강요하는 말을 듣는다면 자신의 기분을 솔직히 밝힌 뒤 당당하게 말하자.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내 성별이 정해줄 수 없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