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소연 기자 (ery347@skkuw.com)

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 <시그널>의 주인공은 프로파일러로, 사건현장에 남겨진 몇 가지 단서만으로 범인을 정확히 추리해낸다. 드라마나 영화 속 프로파일러의 이미지는 이와 같이 사건을 일정한 공식에 대입해 금세 답을 도출해내는 해결사와 같다. 그런데 과연 현실 속 범죄 수사에서 프로파일링은 그런 역할을 하고 있을까. 프로파일링의 실제를 들여다보자.

프로파일링, 그것이 알고싶다
범죄자 프로파일링은 범죄현장 및 범행수법을 분석하여 범죄자를 추정하는 수사기법으로, 1970년대 미국연방수사국(FBI)이 본격적으로 체계화하기 시작했다. 프로파일링의 목적은 범죄자의 특성을 파악해 진범을 식별하고, 수사기관이 물적 증거를 확보하기 전에 용의자를 추적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데 있다. 따라서 프로파일러는 사건에서 일정한 패턴을 발견하고 용의자의 특성을 찾아내는 작업을 한다. 이는 사실에 기초한 것이며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사고를 요구한다. 사소해 보이는 증거라도 사건으로부터 알아낼 수 있는 모든 정보를 파악하고 찾아낸 정보들로부터 범인의 윤곽을 잡는다.

과거의 프로파일링은 모든 범죄에 적용된 것이 아니며 주로 연쇄성 범죄나 가학적 성폭력과 같은 범죄에 적용됐다. 이는 프로파일링의 전제와 관련이 있다. 프로파일링은 모든 인간이 개인별로 독특한 성격을 가지며 범죄현장에는 범죄자의 성격이 반영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연쇄살인과 같은 엽기적인 범죄는 개인의 독특한 심리적·행동적 성격이 표출되기 때문에 프로파일링은 주로 이러한 범죄에 적용됐다. 그러나 최근 범죄수사에 범죄통계시스템이나 빅데이터 분석이 도입되면서 프로파일링의 적용범위 또한 확대되고 있다. 범죄 수사에 통계 분석이 도입되면서 범죄자의 특성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 일반범죄에도 프로파일링이 적용 가능해졌다.

그렇다면 실제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프로파일링은 어떻게 적용될까. 범죄 사건이 발생하면 프로파일러는 사건 현장에 가장 먼저 투입된다. 감식반이 시신을 만지고 증거를 수집할 경우 범죄 현장은 훼손될 수 있으므로 사건 현장은 프로파일러가 먼저 관찰한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이동해 분석결과를 부검의와 담당 형사에게 전달한다. 프로파일러는 용의자 면담에도 참여한다. 2인 1조나 3인 1조로 투입되어 면담요원과 면담보조요원으로 역할을 나누어 면담에 돌입한다. 면담보조요원은 면담과정에서 용의자의 미세한 행동과 표정 변화를 포착하여 면담요원에게 면담 방향을 바꿀지 조언한다. 작은 단서에서도 진범 여부가 갈리기 때문에 프로파일러는 가능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학문의 다양성 위에서 피어나다
프로파일러는 사건에서 특정한 패턴을 분석하고 범죄 요인을 찾는데, 범죄 요인은 △가족학 △심리학 △정신학 등으로 다양하게 분석될 수 있다. 따라서 프로파일링은 어느 한 학문에만 기반을 두고 있지 않다. 범죄심리학이나 범죄사회학뿐만 아니라 법과학이나 자연과학, 인류학과 같은 다양한 학문이 프로파일링에 활용된다.

흔히 범죄심리학자가 프로파일러로 오인되며 범죄심리학이 전적으로 프로파일링과 관련된 것으로 여겨지나, 프로파일링은 범죄심리학의 수많은 연구주제 중 하나일 뿐이다. 범죄심리학이란 범죄 행동의 심리학적 측면을 다루는 학문이다. 범죄심리학자는 인간이 왜 범죄를 저지르며, 어떤 인간이 범죄를 저지르는지에 대해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연구한다. 범죄심리학은 프로파일링뿐만 아니라 범죄수사나 범죄예측, 범죄자의 교화 등 다양한 분야와 연계되어 연구된다. 경기대학교 일반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김시업 교수는 “범죄심리학은 범죄 행동을 중점으로 여러 가지 심리학 분야에서 종합적으로 범죄분석에 접근하는 학문”이라고 밝혔다. 범죄심리학적 지식이 프로파일링에 활용되는 것은 사실이나, 범죄심리학만이 프로파일링의 학문적 기반을 이루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남은 과제는 전공으로서의 체계화
프로파일링을 위해 특정 전공을 이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학부 차원에서 프로파일링을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곳이 없는 점을 지적한다.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배상훈 교수는 “프로파일링 교육은 여러 학문이 결합한 협동과정과 같은 형태가 되어야 한다. 현재는 프로파일링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학부가 없고 예산 지원도 부족한 상태”라고 밝혔다. 범죄심리학이나 범죄사회학과 같은 관련 학문 또한 학부에서 전공으로 개설된 해외 대학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일부 대학원을 제외하면 교육과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사회적인 수요가 부족해 전공으로 개설되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