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문화부 - 누구나 될 수 있다, SNS시

기자명 최소현 기자 (thonya@skkuw.com)

 

시대가 흘러가면 삶의 양상도 변한다. 본질은 같지만 형태는 조금 달라지기 마련이다. 마차는 자동차로 변했고, 가마솥은 전기밥솥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문학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어왔다. 신춘문예에 등단하는 대신, 온라인에 자신의 시를 올린다. 디지털 시대에는 SNS 시인들이 있다.

 (왼쪽부터)‘SNS 시인시대展’ 포스터, 하상욱 시인의 『시밤』, 최대호 시인의『읽어보시집』(국립중앙도서관, 알라딘 제공)

 

 

 

 

 

 

 


 


SNS 시는 흔히 ‘디지털 구텐베르크 혁명’이라 불린다. 구텐베르크가 발명한 활판 인쇄술로 종이책이 만들어졌다면, 디지털 시대와 단말기의 보급은 SNS 시라는 새로운 문학 장르를 탄생시켰다. 이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짧은 시구를 의미하는데, 간결하고도 날카로운 일침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커피믹스, 치약 등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사소하고 단순한 소재로 해학적이고도 독특한 시각을 선보일 뿐 아니라 반전의 묘미까지 갖추고 있다.

지루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시가 SNS 공간에 등장하면서 보수적인 언어예술이라는 고정관념을 벗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그렇기에 SNS시인들 가운데는 유독 평범한 대학생이나 직장인들이 많다. 이러한 현상은 누구나 쉽게 글을 올릴 수 있다는 SNS의 특성에서 비롯되었다. SNS 이용자 대다수가 젊은 층이 기에 확산 속도 또한 빠르다.

최근 들어 가볍고 빠르게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이 주가 되는 실정이다. 매시 매초를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깊은 사색을 가질 여유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런 시대적 변화에 따라 시 문학의 형식 또한 보다 간결하고 직접적으로 변했다. 그렇게 SNS 시는 탄생했다.

많은 이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고 있는 SNS 시는 소셜 미디어 속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오프라인까지 진출했다. 하상욱 시인의『서울 시』는 교보문고 스테디셀러에 올랐으며, 최대호 시인의『읽어보시집』, 이환천 시인의『이환천의 문학살롱』등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러한 SNS 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다양한 형식으로 발전하고 있는 추세다. 단순히 SNS에 글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손글씨로 시를 작성해 그 사진을 찍어 올리고, 시에 어울리는 삽화를 직접 그려서 함께 게시하기도 한다. ‘디카시’는 언어예술을 넘어서 시각적 효과까지 고려한 멀티 언어예술로 ‘디지털카메라’와 ‘시’의 합성어이다. 사물이나 사람의 순간을 포착하고, 그 순간을 짤막한 글로 담아낸다. 영상과 글이 함께 어우러질 때 비로소 디카시는 완성된다. 시를 뜻하는 ‘poem’과 만화를 뜻하는 ‘TOON’이 합쳐진 ‘포엠툰’도 있다. 간단한 선으로 그린 아기자기한 그림이 시에 감성을 더해준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국립 중앙도서관에서는 오는 13일까지 ‘SNS 시인시대展’을 진행한다. 2년 전의 웹툰전, 1년 전의 독립출판전시에 이은 특별전이다. SNS 시의 흐름과 의미를 다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시의 흐름과 그 의미 △전문가 추천 SNS 시 △작가 시 노트 및 시 구상 과정 △SNS 시의 다양성 △디지털 시 열람 공간 △SNS 시 공모전 △포토존 등 7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있다. 전시 관람객이 직접 시를 써서 ‘나도 SNS 작가’ 이벤트에 응모할 수도 있다. 임원선 국립중앙도서관 관장은 개막에 앞서 열린 프레스 투어에서 'SNS 시인시대展'에 대해 "모바일 시대, 정보의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SNS를 통해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고 누구나 소통할 수 있다"며 "기존 시와는 또 다른 장르로 탄생한 SNS 시의 흐름과 의미를 조망하고자 마련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