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공학 2

기자명 허옥엽 기자 (oyheo14@skkuw.com)

요즘 대중매체의 광고를 보면 제품의 기능보다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감성 마케팅’ 전략이 부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감성이 요구되고 있다는 증거다. 제품 간의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 시장에서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하는데 성공하지 못하는 제품은 살아남기 어렵다. 감성이 마케팅에서 중요한 요소로 떠오름에 따라 인간의 감성을 연구하는 ‘감성공학’ 또한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의 제품 개발이 제품 자체의 성능과 품질의 개선에 주력해왔다면, 감성공학은 제품을 통해 개성 있는 이미지, 고급스러운 느낌, 더 나아가 인간을 감동시킬만한 사용 편의성이나 만족감을 제공하고자 한다.

인간에 대한 한 차원 높아진 관심
감성공학은 현대 인간공학의 응용분야로, 인간이 가진 소망으로서의 이미지나 감성을 구체적인 제품 설계로 실현해내는 학문이다. 감성공학의 기술체계는 크게 ‘감성기반기술’과 ‘감성제품기술’로 구분된다. 감성공학의 바탕을 이루는 기반기술로는 감성의 특성을 파악하고, 감성을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평가하는 기술이 있으며, 감성제품기술은 감성기반기술과 연계해 직접 응용될 수 있는 제품을 설계하는 기술이다. 앞서 이야기를 나눴던 윤 교수 또한 감성공학에 초점을 맞추어 현재 ‘감성품질’과 관련된 연구를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감성품질이란 사람이 감각적으로 느끼는 시각, 촉각 등 세심한 부분에 대한 품질로서, 보고 만지면서 ‘고급스럽다 혹은 좋다’라는 감각을 느끼는 것을 일컫는다. 감성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제품을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잘 만드는 것보다는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 조작하거나 사용할 때 느끼는 감정과 경험을 잘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성을 고려한 제품, 감성을 일깨우다
사람들은 계곡에서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 바닷가의 파도 소리 등을 들을 때 편안하고 쾌적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들에는 공통의 규칙성이 있는데, 그 바탕을 이루는 것이 ‘1/f의 흔들림’이라는 물리학적인 이론이다. 일본에서는 10개의 진동 장치를 침대에 장착해서 시간과 강약을 조절해 파도를 타는 것 같은 진동으로 잠에 들게 하는, ‘1/f의 흔들림’에 근거한 침대가 개발돼 큰 인기를 끌었다. MIT는 인간의 감성과 상호 작용하는 키스멧로봇, 가상캐릭터 얼라이브(ALIVE)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스마트폰의 터치감 및 편리성은 소비자의 감성을 만족하게 한 또 하나의 대표적 사례다. 애플 아이폰이 다른 스마트폰에 비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뛰어난 터치감이었으며 편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소비자를 끌어당겼다. 모든 제품이나 서비스에 인간 중심의 감성적인 면을 부각한 것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감성공학의 가능성은 어디까지인가
앞으로는 시청자 기분에 맞춰 화면색깔과 음향이 바뀌며 생각만으로도 채널이나 볼륨을 조작할 수 있는 TV, 졸음이 오면 창문을 열어 시원한 바람을 넣어주고 위험하다 싶으면 경보를 울리고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아 옆길에 세우는 자동차, 기분이 좋을 땐 사무실 문을 열고 인사하며 반대일 땐 위로를 해줄 수 있는 각종 센서 등이 감성공학 기술을 통해 가능해질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감성공학기술을 활용해 소비자의 욕구나 감성을 기능이나 외관 등에 반영한 감성제품들이 주목을 받고 있으며, 감성공학은 감성 리더십, 감성 경영이라는 용어로도 확장되고 있다. 앞으로도 감성공학 같은 인간중심의 휴먼테크놀로지가 세상을 점점 더 변화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