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1

기자명 최소현 (thonya@skkuw.com)

벚꽃조차 떨어지고 여름이 시작되는 5월, ‘샤넬’의 패션쇼에 한복을 오마주로 한 옷이 런웨이에 올랐다. 늘 유행을 앞서나갔던 샤넬이지만 이번엔 좀 늦었다. 한국 누리꾼의 인스타그램에서 ‘#한복’과 ‘#일상’이 붙어있는 걸 보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명절 때나 입는 옷이었던 한복은 레드카펫으로, 또 거리로 점차 그 범위를 넓히고 있다. 한복을 직접 입어볼 수 있는 한복 카페가 등장하는가 한편, 민속마을 내 한복대여소의 수도 많아졌다.
한복 관련 동호회도 늘었다. ‘한복놀이단’도 그 중 하나다. 정부지원 민간사업단체인 한복놀이단은 사라져 가는 한복문화를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만든 소규모 동호회로 2011년 시작했다. 현재 단원들은 800여 명으로 20~30대의 젊은 층이 주를 이룬다. 이들은 전통을 지키겠다는 사명감이 다른 이들보다 유난히 투철한 게 아니다. 그저 한복의 아름다움에 빠진 사람들일 뿐이다.
한복놀이단은 ‘한복 입고 놀자’는 구호 아래 각종 행사를 기획하며 한복을 제대로 갖춰 입는 법을 알리는 ‘한복의 품격’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한다. 지난 2013, 2014년도에 진행했던 ‘꽃이 타는 지하철’ 프로그램에서 단원들은 한복을 입고 지하철역에서 사진을 찍는 등의 미션을 수행하며 ‘한복여지도’를 만들었다. 최근에는 ‘사연 있는 그녀가 온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단원들이 한복을 입고 직접 처녀귀신이나 저승사자 등으로 분장해 각자의 사연을 페이스북에 게시하는 프로젝트다. 마냥 한이 가득하고 음울한 귀신을 벗어나 이야기가 있는 우리 귀신을 내세우자는 게 취지다. 내년엔 조선시대의 해상 교통수단인 ‘고빼’를 크루즈처럼 한강에서 타고 다닐 수 있는 ‘고빼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은 고빼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한복놀이단의 단장 권미루 씨는 “한복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기 위해 창단 초기에는 주로 플래시몹 위주의 행사에 집중했다”며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최근에는 한복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전했다.
한복을 그저 입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서대문구에 있는 ‘예인공방’의 조혜정 한복디자이너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복 제작 강좌를 진행한다. 강좌는 소규모로 이루어지며, 상업 종사가 목표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반과 보다 간단한 월별 특강반이 있다. 한 달에 한 번 하는 특강의 경우 3~4회의 강좌로 레이스 저고리나 허리치마 등 각자의 아이템을 완성해볼 수 있다. 조 디자이너는 “다른 대규모 강좌를 수강했었는데 아쉬움이 남아 직접 정규강좌를 진행하게 됐다"며 한복만들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고 전했다.
현재 강의를 수강 중인 최혜진 씨는 평범한 대학생이다. 그녀는 일본에서 평소에도 기모노를 입고 생활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일상에서 한복을 입어보고 싶어 하던 중 한복공방을 발견했다. "재봉틀을 다루는 것조차 처음이었지만 개별지도와 여러 번의 연습 덕분에 즐겁게 한복을 만들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수강생인 양수민 씨는 “전통적인 한복에서 벗어나 개성있는 ‘내 옷’을 만들 수 있어서 좋았다”며 “바느질이나 리폼 실력도 늘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