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지원 기자 (wontheph7@skkuw.com)

장애인들의 시위모습은 비장애인들의 그것과 다르다. 깃발을 치켜든 행진이나 경찰과의 숨바꼭질 같은 달리기, 대치현장이 흔히 떠올리는 시위의 모습이라면, 그에 비해 도로 가운데 멈춰선 장애인들의 모습은 때로 불안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 장애인들의 운동 현장을 기록하고자 뛰는 사람들이 있다. 2010년 창간된 장애인 문제 전문 대안언론 ‘Be Minor(이하 비마이너)’의 하금철(사복 03) 기자를 만났다.

 

하금철 기자가 비마이너 신문을 보며 설명을 하고 있다.
ⓒ정현웅 기자 dnddl2004@skkuw.com 

모토 ‘장애인의 주홍글씨’를 설명해 달라.
나다니엘 호손의 소설 <주홍글씨>에서는 등장인물이 낙인을 오히려 받아들이고 드러내면서, 차별에 저항하는 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구로 사용한다. 그처럼 우리도 장애인이라는 낙인을 부끄러워하기보다 당당하게 정체성을 내보이겠다는 선언이다. 제호 ‘Be Minor’도 소수자임을 드러내고 연대하겠다는 의미다.

다른 장애인 언론들과 차별점을 두려고 하는 부분은 어디인가.
‘함께걸음’이나 ‘에이블뉴스’ 등 기존에도 장애 관련 매체는 있었지만 객관적 정보 전달에 목표를 두는 등 지향하는 부분이 달랐다. 우리는 현장과 가까운 위치에서 장애인이 받는 차별이나 그를 둘러싼 정치적 맥락을 여과 없이 보여 주려 한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를 둘러싼 논의를 지켜봐 왔다.
한국의 장애인 복지를 두고 ‘이열종대 선착순’이라고 부른다. 실질적인 필요를 무시하고, 오히려 의학적 기준과 부양자 유무 두 가지에만 따른 등급에 맞춰 재단하는 제도란 의미다. 변화하는 복지와 가족 형태도 반영하지 못한다. 장애당사자의 복지 욕구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새로운 체계와 함께 복지 예산 총량 자체의 증가가 필수적인데, 복지부는 그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예산 증가 의지가 부족하다.
 
타 주류 언론의 장애 관련 보도에 부족한 점을 지적하곤 했다.
소수 인원으로 운영되는 만큼 취재 범위에 한계가 있어 타 언론의 보도도 많이 참고하는데, 그러다 보면 잘못된 점이 눈에 들어온다. 예를 들어 올 초 대구에서 한 발달장애인의 여동생이 자살한 사건이 있다. 원래 시설에서 생활하다가 유일한 가족인 여동생과 살게 됐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동생이 생활지원을 알아봤지만 모두 실패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보도한 한 언론은 그가 받을 수 있는 지원을 충분히 찾아보지 않았다는 어긋난 분석을 내놓았다. 이런 사실관계가 어긋난 것들 외에, 미담을 전하느라 정작 문제의 본질은 놓치는 경우도 많다.

그런 부족한 기사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언론이 정책적 관점에서 문제를 다루거나 혹은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만 보는 시선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장애인들이 실제로 어떻게 살고 있고 사회에 무엇을 필요로 하고 있는지는 놓치는 것이다. 사실 언론의 문제만은 아니고,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장애인의 목소리가 제대로 대표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 250만 명의 장애인이 있다는데, 거리나 학교에서 찾아보기 힘들지 않나. 그런 상황이 언론에도 투영되는 것이다. 우리의 지적이 주류 언론에 약간의 경각심을 일깨웠으면 한다.

장애인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대학사회나 대학신문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바로 주변의 상황에 관심을 기울이고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2000년대 들어 장애인 권리에 대한 법령이 제정되면서 각 대학에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생겨났지만 운영이 불안정한 곳이 많다.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성균관대는 지표상으로는 장애학생 복지가 좋은 편이지만, 개별 장애 학생들이 경험하는 것은 지표에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귀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