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옥엽 기자 (oyheo14@skkuw.com)

 

선택을 부탁해, ‘큐레이션 커머스’
인터넷과 다양한 SNS 플랫폼에 굉장한 양의 정보가 공유되고 있지만, 정작 자신에게 '딱' 맞는 정보를 찾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엄청난 양의 정보는 소비자의 결정을 어렵게 만들어 피로감을 준다. 이처럼 ‘결정 장애’를 겪고 있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맞춤형 제품을 소개하는 서비스가 생겨났다. 바로 '큐레이션 커머스(Curation Commerce)'다. 큐레이션 커머스란 큐레이터가 전시를 기획하는 것처럼 상품기획자가 큐레이션 과정을 통해 상품을 엄선하여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전자상거래를 의미한다. 큐레이션 커머스 업체는 특정 분야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 구매 패턴 등을 파악하고 제품을 선택해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소비자는 복잡한 쇼핑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큐레이션된 상품을 선택해 결제만 하면 된다. 큐레이션 커머스 서비스가 제공하는 이러한 편리함에 소비자들이 보이는 반응 또한 뜨겁다.
 
이제는 커머스 3.0 시대다
바야흐로 지금은 ‘큐레이션 커머스’가 새로운 서비스 형태로 각광받고 있는 '커머스 3.0' 시대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의 역사는 '커머스 1.0'을 시작으로 현재 '커머스 3.0' 시대에 이르렀다. '커머스 1.0'은 이른바 '오픈마켓'으로 불리며 수많은 기업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시작했다. '커머스 2.0'은 SNS 플랫폼을 통해 최저가 상품을 제공하는 '소셜 커머스'를 일컫는다. 커머스 2.0 시대에는 수많은 쇼핑몰이 최저가로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소셜 커머스 쇼핑몰들의 무리한 가격 경쟁은 결국 판매 제품의 질 저하라는 결과를 초래했고, 소비자들은 하나둘씩 등을 돌렸다. 이와 달리, 큐레이션 커머스는 경쟁력 있는 고품질의 제품을 직접 발굴해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한다. 이에 큐레이션 커머스는 소셜 커머스를 제치고 커머스 3.0시대의 서막을 열게 됐다.
 
당신이 찾는 ‘그것’을 추천한다
큐레이션 커머스 서비스는 △도서 △뷰티 △유통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됐다. 온라인 커머스 업체들은 다수의 물건을 싸게 파는 기존의 오픈마켓 운영방식에서 벗어나, 자체 상품기획자를 선정해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마켓은 ‘G9’, 11번가는 ‘쇼킹딜 11시’, 옥션은 ‘올킬’이라는 모바일 검색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통해 모바일 쇼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지마켓의 G9는 하루에 150개 정도의 상품군을 카테고리 별로 분류해 소개한다. 각 카테고리마다 상품 담당자가 엄선한 상품만을 선보여 신뢰도가 높다. 11번가는 쇼킹딜 11시를 통해 실용성과 경제성을 고려한 상품을 품목별로 세분화하여 초특가로 제공한다. 옥션 올킬은 출퇴근 시간대, 주말 등 시간대별로 세분화해 소비자의 욕구에 부합한 상품을 선정하고 판매한다.
또한, 온라인서점 '알라딘'은 소비자에게 맞춤형 책을 골라주는 북큐레이션 서비스 ‘북플’을 제공한다. 북플은 SNS와 도서 추천기능을 결합한 것으로 개별 사용자에게 책을 자동으로 추천해주고, 사용자들끼리 △관심도서 △서평 △별점등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사용자는 가입 시 ‘경제경영’, ‘인문사회’ 등 관심분야를 선택할 수 있고, 북플은 이를 바탕으로 책을 추천한다. 이후에는 사용자의 활동 및 관심 도서를 분석해 책을 추천해준다. 북플을 애용하고 있다는 한 사용자는 “책을 많이 읽는 분들을 통해 자극도 받고, 책을 선정할 때 다른 사람들의 서평이 도움이 된다”며 “잘 알지 못하는 분야나 관심이 다소 적었던 분야의 책들도 접할 수 있는 좋은 소통의 장인 것 같다”고 말했다.
큐레이션 커머스는 상품추천을 넘어 정기적으로 배달까지 해주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로 확장되고 있다. 대표적 예로 화장품-패션 분야의 ‘미미박스’를 꼽을 수 있다. 미미박스는 매달 쏟아져 나오는 신제품을 모두 써보고 싶은 여성의 마음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뷰티 제품을 모아 소비자에게 정기적으로 배달하는 서비스다. 미미박스는 뷰티 전문가가 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선정하는 큐레이션 단계를 거친다. 소비자는 제품 선택을 고민할 필요 없이 미미박스의 큐레이션 서비스로 매달 박스 형태의 화장품을 받아볼 수 있다.
▲ 소비자는 제품 선택을 고민할 필요 없이 미미박스의 큐레이션 서비스로 매달 박스 형태의 화장품을 받아볼 수 있다. /ⓒwww.memebox.com
 
무궁무진한 잠재력 시장, 큐레이션 커머스
정보와 상품의 홍수 속에서 누군가의 믿을 만한 조언으로 도움을 받고 싶은 소비자의 욕구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그렇기에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좋은 상품을 선별하고 추천하는 서비스 제공자의 역할과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소비자의 욕구와 구매 패턴, 그리고 전문가의 전문성과 통찰력을 결합해 소비자에게 최적의 상품을 제공하는 서비스, 큐레이션 커머스. 앞으로 그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기대된다.
 
◇이현석 「E-Commerce의 성공적 BM요인-서브스크립션·큐레이션 커머스를 중심으로-」, 2015
◇마옥선 「모바일 큐레이션 커머스 사례분석을 통한 어포던스 효과 분석 -Hartson의 이론을 중심으로-」,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