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강신강 기자 (skproject@naver.com)

 

 

“인문학이라는 표현보다는 인간학이라는 표현을 더 좋아한다.”
‘인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묻는 질문에 대한 우리 학교 국문학과 황호덕 교수의 답변이다. 이 말이 담고 있는 의미는 실로 거대하다. 먼저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학문임을 의미한다. 인간이 인간 본연에 대해 스스로 던진 물음에서부터 인문학은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문학은 본질에 대한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물음은 위의 표현이 담고 있는 또 다른 의미에 영향을 미친다. 인문학이 곧 인간학이기 때문에 인문학의 위기는 인간의 위기로 이어진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음미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우리가 스스로의 삶을 음미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가치 없는 삶이 되고 만다. 사람이 능동적으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수동적으로 살아지는 것이 된다면, 위기는 이미 우리의 심장부까지 파고들어온 것이다. 철학과 이병덕 교수는 “인간이 단순한 동물들과 구별되는 가장 중요한 차이는 반성적 사고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즉 동물과 달리, 인간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타인들을 이해할 수 있고, 이와 같은 이해를 통해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기의 순간에서 우리는 반성해야한다.
한편, 우리를 감싸고 있는 환경들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학문 역시 여러 변화를 겪고 있다. 사학과 하원수 교수는 변화 속에서 ‘주인 의식의 부재’를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하 교수는 현재 ‘과거에 급제하거나 급제하고자 했던 사인(士人) 계층’에 관심을 갖고 있다. “사대부들이 처음부터 지배층은 아니었다. 그들이 가진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힘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점은 주인 의식을 회복하는 것과도 연결된다. 교수나 인문학을 전공하는 사람만이 인문학자가 아니다. 모두에게 ‘인문정신’이 있다. 이러한 인문정신을 그 기저로부터 끌어올리는 시도를 해야 한다.
‘문·사·철’은 인문정신의 시작점이다. 이번 호 학술부에서는 인문학의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들을 만나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