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혜윤 기자 (hyeyoun1130@skkuw.com)

 

젊은이들에게 기회의 시기인 ‘청춘’. 하지만 그 시절을 힘든 나날로 떠나보낸 이들이 있다. 바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봄을 빼앗겨버린 할머니들. 그런 이들의 이야기를 예술작품으로 전하는 곳이 있다. ‘위안부’ 할머니의 *압화작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플라워 패턴을 지닌 디자인 상품으로 재탄생시킨 ‘마리몬드’의 대표, 윤홍조 씨를 만났다.
 
▲ ⓒ마리몬드 제공
 
▲ ⓒ마리몬드 제공
 ‘오늘 하루도 당신은 소중하고 아름답습니다’ 디자인 상품과 콘텐츠로 존귀함의 회복을 실현하는 브랜드, 마리몬드가 당신에게 건네는 말이다. 대학생 시절 맡게 된 ‘위안부’ 할머니와 관련된 프로젝트는 윤 대표의 인생에 전환점이 되었다. 할머니들의 처절했던 삶에 큰 충격을 받은 그는 오늘날 할머니를 ‘못다 핀 꽃’이라고만 규정하는 대중의 시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창업을 결심했다. 2012년 ‘희움 더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사업은 오늘날 ‘마리몬드’라는 브랜드가 됐다. 스페인어로 나비를 뜻하는 ‘마리포사’와 탄생의 메시지를 전하는 고흐의 ‘꽃 피는 아몬드 나무’가 만나 탄생한 이름, 마리몬드. 피지 못한 꽃에 나비가 앉았을 때 그 꽃이 만개할 수 있고 그 꽃이 또 다른 나비가 돼 다른 못다 핀 꽃에 날아간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햇살 가득한 봄날’, ‘꽃밭에서’, ‘봄 사랑 벚꽃 말고 에코백’… 할머니들의 압화 작품이 새겨진 꽃무늬 패턴의 상품에서는 화사한 봄내음이 묻어난다. 마리몬드는 페이퍼라인부터 홈 데코, 라이프 스타일 그리고 패션까지 여러 카테고리에서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NGO에서 할머니들의 압화작품을 접하게 됐는데 이대로만 두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윤 대표는 디자이너와 함께 압화작품을 스카프나 남성용 손수건으로 샘플링 작업을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 후 할머니들의 작품을 하나의 패턴으로 변환시킨 패턴북을 고안했다. 패턴이 그림을 넘어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윤 대표는 여러 업체의 관계자와 연락해 오늘날 사랑받는 휴대폰 케이스, 텀블러를 탄생시켰다.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어두운 그늘로 덮혀 있다. “처음에 사람들이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 엄청난 분노를 표해요. 그러고는 끝나죠. 그것만큼 상처가 되는 것이 없어요.” 마리몬드는 할머니들의 이야기에 따듯한 햇살을 비추려 한다. 대중들이 NGO와 할머니가 전하는 메시지를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공감을 끌어내는 것. 마리몬드는 NGO와 대중을 잇는 중간지점에 있다. 마리몬드는 13, 14년도 총 누적매출 7억 중 1억을 역사관 건립 기금 및 외국에 계신 할머니들 보조금 지원에 기부했다. 그 외에도 마리몬드의 수익금은 여러 간접적인 사업에 쓰이고 있다. 윤 대표는 “모든 돈이 용도는 다르지만 할머니들을 위한 사업에 사용된다는 점은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한국을 넘어 전해지기를 바란다. 전 세계가 그 아픔에 공감하고 할머니들의 상처를 치유해줬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마리몬드는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더 넓은 세상에 전해질 수 있도록 어플리케이션을 개발 중이다. 윤 대표는 “다양한 서비스와 플랫폼을 융합해 사람들의 머릿속에 마리몬드를 각인시키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존엄성 회복을 위해 끝없이 고심하는 마리몬드, 그 희망찬 나비의 날갯짓이 한국을 넘어 온 세상에 함께하는 날을 꿈꿔본다.
 
*압화= 꽃과 잎을 눌러서 말린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