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정락 기자 (woo7875@skkuw.com)

 ‘아프니까 청춘이다.’ 한때는 청년들의 상처를 다독여주는 ‘힐링’의 키워드로 여겨졌던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이 말은 청년들이 처한 불합리한 현실에 문제제기를 하기 보다는 청년 스스로에게 문제의 원인을 돌리거나 청춘이기에 아프다는 식의 합리화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열정페이가 모든 청년의 이야기가 된 오늘날, 문제 해결을 위해 청년들 스스로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이에 청년세대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위원장 김민수)’은 활발한 사회 활동을 펼치며 청년 문제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내는 의미 있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해법을 위한 움직임
최근 청년유니온은 ‘과도기 노동’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김민수 위원장은 “노동 시장에 진입하기까지의 경쟁이 심화되고 불안정한 상태에서 일을 하는 기간이 너무 길어졌다”며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리고 “문제 양상이 복잡하고 다양해졌기에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개념이 필요하다”고 과도기 노동의 개념을 고안한 배경을 밝혔다. 또 이를 통해 “노동계, 학계, 시민계 등 다양한 단위에서 고민을 시작했으면 한다”며 열정페이에 속한 노동들을 하나의 노동 영역으로 인정하고,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는 목표를 밝혔다.
청년유니온은 청년착취대상 퍼포먼스를 통해 열정페이를 공론화시키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이슈의 강도가 곧 사회적 압력의 강도”라며 “사회적 압력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의 해법이 나오기는 어렵다”고 이를 기획한 의도를 전했다. 그는 현재 청년들이 처한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청년, 청년에게 도움의 손길 내밀다
이 밖에도 청년유니온은 패션노조, 알바노조와 함께 ‘떼인 돈과의 전쟁’이라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이는 패션업계에 만연한 △노동법 위반 △법정수당 미지급 △최저임금 미준수 등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캠페인이다. 이들은 상담과 법률 지원을 통해 2011년부터 무료로 청년들을 도와주고 있는데, 김 위원장은 “1년에 100건 가량을 해왔었는데 최근 1년 사이에 사례가 600건으로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를 문제라 말하는 것조차 힘든 사례들이다. 그래서 이를 문제라고 말한 사람들의 존재, 이것이 조정되고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 이런 것들이 누적되고 확산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내 문제니까 그저 견디자는 생각을 할 게 아니라 이를 정당하게 비판하고 이겨 내보는 경험들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캠페인의 목적을 강조했다. 그는 이를 통해 “바닥을 치는 청년 세대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열정은 죄가 없다
한편 김 위원장은 한국사회가 여전히 “저임금으로 비용을 아껴가며 산업의 틀을 유지하는 후진적 산업 구조”라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 잘못이 아닌데 자기 탓을 하는 게 문제다. 그러면 자기 삶이 무너진다”며 “청년들이 ‘짜증’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런 짜증들을 귀담아들어 주는 사회가 조성돼야 한다”며 고통을 이야기하는 청년을 비판하거나 경험이니 참으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