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다빈 기자 (dabin2e@daum.net)

▲ ⓒBridges Seoul 2014 홈페이지

라페엘의 ‘아테네 학당’에는 △과학자 △수학자 △예술가 △철학가 등 54명이 한자리에 모여있다. 약 500년이 지난 지금, “수학과 다른 학문을 연결(bridge)하자”며 전 세계 지성인들이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국립과천과학관에 모였다. 올해 18회를 맞는 Bridges Conference가 아시아 최초로 대한민국에서 열린 것이다. 첨단 전시과 유창영 과장은 “교육부가 강조하는 ‘융합’을 실제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이해시켜주고 싶었다”고 유치 이유를 밝혔다.

이번 Bridges Seoul 2014에서는 한국적 특색과 과학기술을 접목해 대한민국의 역량을 재고하고자 대중강연회가 개최됐다. 그 중 ‘건축, 숨겨진 기하학을 찾아서: 파라메트릭 디자인’ 강연은 개최국의 참모습을 보여줬다. 강연자 박정대 교수는 ‘한옥’에 숨겨진 기하학을 찾아 수학적 원리로 해석하는 ‘파라메트릭 디자인’에 대해 설명했다. 박 교수는 “복잡하게 보이는 한옥의 곡선은 간단하게 2차원 선의 형태로 표현할 수 있다”며 “이를 3차원 상에 배치해 관계식을 만드는 것이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원리”라고 소개했다.
 
▲ ⓒ김민진 제공
 
최근 한국의 전통적 아름다움과 현대적 공간이 공존하는 新 한옥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다. 하지만 한옥, 특히 지붕 부의 설계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지붕마다 비례가 달라 정형화된 공식도 없다. 한옥 수요량이 증가하고 있는 지금, 대대적으로 모범 한옥 지붕을 선택해 공식을 만드는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대표하는 기술이 ‘파라메트릭 디자인’이다.
‘파라메트릭 디자인(parametric design)’은 수학 공식을 적용해 곡선을 설계하는 디자인 방식을 말한다. 우선 건축물을 이루는 구성요소에 매개변수(parameter)를 부여한다. 그 다음, 건축 요소들의 2차원 작도를 통해 3차원 모델링을 구축한다. 그리고 요소 간 관계식을 찾아내 공식화한 후 종합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이다.
‘기하학’과 ‘건축 기술’을 융합한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가장 큰 장점은 실효성이다. 이것을 통해 전체 지붕틀의 통합적 제어가 가능하다. 매개변수를 변경하면 구성요소의 정보가 자동으로 변해 바로 도면에 적용된다. 모든 치수를 기록하고 어려운 작도를 거치는 전통건축 방식을 대신할 수 있다. 또한 상호 디자인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최소 구성요소에서 시작해 전체로 조합해가는 Bottom-up과 한옥 전체에서 부분적 구성요소로 변경해가는 Top-down 양방향으로 디자인 피드백이 가능하다. 건축비도 60% 절감할 수 있다. ‘한옥기술개발 연구’에 따르면 서까래의 길이와 곡을 자동으로 형성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됐다. 한옥 지붕 곡선의 핵심인 앙곡, 안 허리의 2차원의 곡선을 작도하고, 연산과정을 통해 3차원 곡선을 도출한 후 관계식을 만들었다.
파라메트릭 디자인은 아직 초기 단계다. 이것을 한옥에 적용하기 위해선 극복해야 할 과제가 존재한다. 구성 요소들이 매우 복잡해 아직 한옥 지붕의 기하학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앞으로 전문가들은 지붕에 숨겨진 기하학을 해석하는 연구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파라메트릭 디자인은 기존 한옥으로부터 도출된 매개변수를 적용해 한옥 건축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한옥을 경험하고 느끼게 될 날이 머지않은 것이다. 한옥에 숨겨진 기하학이 모두 밝혀질 날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