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종윤 기자 (burrowkr@skkuw.com)

“대회 한 번 진행하기 얼마나 힘든데요.”
이번 대회에서 왜 단체전은 열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대한 최승균 인천아시안게임 보치아담당관의 대답이었다. 스포츠 대회가 모두 그렇겠지만, 보치아의 경우에는 대회 한 번 여는데 드는 어려움이 더욱 크다. 그도 그럴 것이 대회에 참여하는 선수들이 스스로 움직이기 힘든 뇌성마비 장애인들이기 때문이다.

대회 참가, 접근성 뒷받침돼야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중증 장애인 선수들이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몸 하나도 가누기 힘든 상황에서 대중교통 이용도 쉽지 않다. 대한장애인보치아연맹 정영준 과장은 “요즘은 시·도 차원에서 장애인 선수단의 이동을 위한 특장차를 지원해주고 있지만, 여전히 그 수량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차량 지원이 없는 경우에는 대회에 참여하고 싶어도 못하는 인원이 발생하기도 한다. 차량을 지원 받아 대회 현장에 도착해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대회가 치러지는 경기장과 대회 기간 내내 머물러야 하는 숙소의 접근성이 부족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정 과장은 “숙소로 가는 길에 조그마한 경사로라도 존재한다면 선수들에게 큰 불편함이 따르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장애인 선수들 곁에는 항상 보호자가 뒤따르곤 한다. 속초시장애인체육회 권철현 보치아 감독은 “가족들이 선수들을 따라다니면서 이동시키고, 밥을 먹여주는 등의 수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장애인 체육대회에서 발생하는 불편함은 비단 선수 한 명에게만 그치지 않는다.

장애인과 시설 공유하려는 의식 필요해
대회에 참여하는 것도 힘들지만, 대회를 위해 평소에 연습하는 일은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단순한 취미활동이 아닌 선수로서 전문체육을 하는 이들에게 연습공간이 부족한 현실은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조사한 바로는, 현재 전국에 존재하는 장애인전용체육시설은 31개소에 불과하다. 이는 공공체육시설이 1만 7157개소인 것과 매우 대비되는 수치다. 그마저도 특별·광역시에만 절반이 넘는 18개소가 존재해 사실상 지방 중소도시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은 일상적인 체육활동조차 누릴 수가 없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는 예산 문제로 장애인전용체육시설 확충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해 권철현 감독은 “장애인전용체육관도 좋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비장애인들이 일반체육시설 및 공간을 장애인들과 공유하려는 노력이다”고 말했다. 최승권 용인대 특수체육교육과 교수 또한 자신이 쓴 논문 『장애인체육의 향후 정책 방향』에서 “체육시설은 장애와 관계없이 모든 국민이 이용하는 데 불편이 없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장애인 ‘전용’이라 칭하며 운동할 곳을 제한하는 것이야말로 장애인들에게는 차별적인 행동이 될 수 있다. 장애인과 함께하고자 비장애인들이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