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캠 졸업생 손윤정

기자명 나영인 기자 (nanana26@skkuw.com)
▲ 인사캠 졸업생 손윤정(신방06) 동문이 자신의 학교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영준 기자 han0young@skkuw.com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일들이 계속됐어요.” 지난 대학생활에 대해 묻자 손윤정(신방06) 동문이 웃으며 말했다. △각종 아르바이트 △긴 휴학 △많은 학내 활동으로 남들보다 조금 늦게 학사모를 쓴 그녀의 예측할 수 없었던 대학생활에 대해 들어봤다.
 
새내기 시절을 어떻게 보냈나요?
1학년 때는 내가 스스로 선택하기보다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서 휩쓸렸던 것 같아요. 내 주변 친구들도 다 그랬고요. 수시 합격 후 선배에게 이끌려 레퀴엠에 들어가게 되고, OT 끝나고 조장 선배 따라서 노동문제연구회(이하 노문연) 동아리방에 들어가게 됐어요.
 
대학생활에서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대학의 기억은 거의 노문연이에요. 6년 정도 활동했어요. 이렇게 길게 할 줄 몰랐죠. 1학년 때는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볼까 봐 주변에 노문연 얘기는 안 하고 다닐 만큼 주관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선배와 함께 평택 팽성읍 대추리의 철거 현장에 다녀오면서 완전히 바뀌었죠. 이미 2번이나 쫓겨났었던 마을 농민들을 다시 미군 기지 확장을 이유로 내쫓으려는 상황이었어요. 그분들은 바다를 직접 메워서 가꾼 농지에서 떠나라고 하니까 막막했죠. 처음엔 호소하면 해결될 거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포크레인으로 밀고 들어오는 거예요. 그때 ‘호소로는 폭력을 막을 수 없구나’고 깨달았죠.
 
그 이후 학교생활이 달라졌나요?
휴학을 많이 했어요. 삶의 기준점이 바뀐 이후로는 공부하고 남는 시간에 뭔가를 진정성 있게 하기 힘들겠더라고요. 내 시간 전체를 할애해 몰입하고 싶다 보니 3년 정도 휴학했어요. 또 아르바이트도 엄청 했어요. 1학년 이후에는 부모님께 경제적으로도 독립했거든요. 생활비 벌려고 카페, 와인바, 영어 학원, 과외 등 많이 했어요.
 
노문연 이외에도 다양한 학내 활동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여성주의 교지 정정헌과 ‘난리블루스’를 했어요. 3학년 2학기부터 정정헌 활동을 했어요. 제가 들어왔을 때는 부원도 저 혼자였고, 학교의 자금 지원도 끊긴 상황이었어요. 예전처럼 체계를 세우려고 커리큘럼도 만들고, 부원도 새로 모집해서 소식지를 발간했죠. 또 대학문화에 대해 고민하는 문화공작소 ‘난리블루스’를 만들어서, 동아리 공개모집 행사도 키우고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했어요.
 
대학생활을 통해 얻은 것을 하나만 골라주세요.
사람이죠. 이번 졸업식 때 선후배들에게 편지를 많이 받았어요. 선배는 ‘옛날에 너 이랬는데,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해’라고, 후배는 ‘언니의 이런 모습을 기억해요’ 라고 써줬더라고요. 편지를 보면서 ‘많은 사람이 항상 내 옆에서 나를 지켜봐 줬구나’ 싶었어요. 고마웠어요. 앞으로 평생 갈 친구들이죠.
 
긴 대학생활을 보내면서, 이런 건 예전과 바뀌었구나 하는 게 있나요?
학생들이 점점 수업시간에 교수님 말을 안 듣더라고요. 자신한테 필요 없다고 느끼면 자거나 바로 딴 공부를 하는 데에 부끄러움이나 죄책감을 못 느끼는 것 같아요. 어린 나이 때부터 나에게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에 대한 구분이 명확한 듯 보여요. 동아리 선택할 때도 선배가 밥 사준다고 넘어가거나 그러진 않겠구나 싶더라고요. (웃음)
 
앞으로의 계획이 뭔가요?
방송 PD가 되고 싶어서 하반기 방송사 공채 시험 준비 중이에요. 제가 대학 다니는 동안 이사를 13번 하고 친구 집에도 얹혀 살아봤어요. 대학생들의 집에 대한 애환을 재밌게 풀어내는 프로그램을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어요.
 
새내기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너무 바쁘고 해야 할 게 많을 테지만 잠시 멈춰서 생각할 줄 아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이때 안 그러면 점점 더 그럴 기회가 없으니까요. 여유를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