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종윤 기자 (burrowkr@skkuw.com)

 
지난 8월 21일. 처음 성프란시스 대학(이하 성프란시스)을 찾았다. 서울역 13번 출구를 나와 5분 정도 걷자 한미실리콘의수족센터 옆에 붙어 있는 작은 간판을 통해 이곳 3층이 성프란시스임을 알 수 있었다. 약속시각보다 일찍 도착한 필자는 10분 정도를 망설였다. 건물 안이 노숙인들로 가득할 생각에 사실은 들어가기 두려웠다.
그래도 취재는 해야 하는 법. 마음을 가다듬고 계단을 올랐다. 일반 학교는 아니라 큰 기대는 안 했지만 그래도 대학이라는 말에 어느 정도 외관을 갖추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이곳에서 20명이 넘는 학생이 인문학 강의를 받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생각보다 좁았고,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그러나 눈에 들어온 노숙인 ‘선생님’들을 본 순간, 필자는 모든 두려움과 실망감을 내려놨다. 길에서 보던 헝클어진 머리에 때 묻은 옷을 입고 있는 노숙인은 온데간데없고, 말끔한 옷차림의 아저씨들이 인사를 건넸다. 이곳에서 노숙인들은 어떤 변화를 겪은 것일까? 처음 그 순간부터 그들의 삶에 인문학이 분명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거짓말이 아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정경수 실장과 김동훈 교수, 그리고 ‘선생님’들과의 대담을 통해 확실해졌다.
인문학이 던지는 질문.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노숙인들은 인문학을 배우며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 있었다. 그리고 삶의 가치를 느끼고 삶의 의지를 되찾고 있었다. 얘기를 듣는 동안 필자의 가슴 한구석은 뜨거워졌다. 그 뜨거웠던 감정을 기사를 통해 독자 여러분들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