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은정 기자 (ej1001@skkuw.com)

낭독봉사자 이근희씨가 녹음을 하고 있다.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여전히 ‘낭독’을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소외된 이들을 위해 책을 읽어주는 ‘낭독 봉사자’들이다.
낭독봉사는 말 그대로 책을 읽기 어려운 장애인을 위해 도서를 낭독해주는 봉사다. 1969년에 설립된 ‘한국 점자도서관’은 우리나라에서 낭독봉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곳 중 하나다. 점자도서관은 단순한 도서 대여서비스 외에도 △교정봉사 △낭독봉사 △방문봉사 △입력봉사 △후원 및 기금전달과 같이 외부인이 장애인을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낭독봉사는 △낭독 테스트 △낭독도서 선정 △녹음 △편집의 순서로 진행된다. 테스트는 주로 △발성 △발음 △호흡의 정확성과 말하는 습관 등을 보는데, 실제 합격률은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테스트를 통과하면, 봉사자는 장애인분들의 희망 도서와 사서의 추천도서로 구성된 도서리스트 중 자신이 원하는 책을 선정한다. 이후 도서관에 비치된 2평 남짓한 조그만 개인 녹음실에 들어가 낭독을 시작한다.   
이렇게 어려운 테스트를 통과하고 홀로 외로운 녹음을 마쳤다 해서 순조롭게 CD가 완성되는 건 아니다. 녹음이 끝나면 편집실의 수정작업이 시작된다. 책과 녹음 본을 비교하며 봉사자가 △목소리 높낮이를 적합하게 냈는지 △잘못 읽은 부분은 없는지 △잡음을 내진 않았는지 등을 평가한다. 피드백을 받은 봉사자는 이를 반영하여 또다시 수정 녹음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처럼 하나의 CD를 완성하기 위해선 세심한 노력과 수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낭독봉사는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이고 책임감 있는 참여가 필요하다.
낭독봉사가 비록 까다로운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봉사자가 참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점자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CD는 8만 장에 이르며, 현재는 낭독 봉사자들이 너무 많아 한시적으로 봉사자 모집을 중지한 상태다. 12년간 꾸준히 낭독봉사를 해오고 있는 이근희씨는 “원래부터 책 읽기를 좋아해 스스로 즐거움도 충족되면서 남을 도울 수 있는 뿌듯함까지 느낄 수 있다”며 “일석이조의 완벽한 봉사”라고 답했다. 대학 시절부터 꾸준히 낭독봉사를 해오고 있는 최승락씨 역시 “장애인분들이 제 목소리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큰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한, 낭독봉사가 단순한 봉사적 의미뿐 아니라 자신이 또 다른 작가가 돼볼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기에 많은 대학생들에게 유익할 것이라 덧붙였다.
대학생인 우리에게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낭독봉사는 현재 점자도서관뿐 아니라 전국의 많은 도서관과 복지관에서 행해지고 있다. 자신의 목소리만으로도 타인에게 큰 선물을 안겨줄 수 있는 낭독봉사. 우리도 이번 기회에 따뜻한 마음을 더한 아름다운 선율을 선물해보는 건 어떨까.

한 권의 책을 낭독해 만든 녹음 C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