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신혜연 기자 (shy17@skkuw.com)

인권센터는 대학 인권문화의 보루가 될 수 있을까. 인권 가이드라인 도입 예고와 함께, 학내 인권 담론의 촉매로서 인권센터에 거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인권센터만으로 대학이 인권 친화적인 문화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은 지나친 낙관이다. 
이는 서울대 인권센터의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지난해 10월 인권센터는 대학원생 학내 인권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대학원생의 10% 정도만 참여했다는 대표성의 한계를 고려해도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설문에 참여한 대학원생 1,352명은 교수로부터 △폭언 및 욕설을 듣거나 (18.9%) △성 역할을 강요당하고 (18.2%) △선물 및 접대 요구(8.9%)와 △논문 대필 및 가로채기를 경험했다고 (8.7%) 밝혔다. 설문 결과를 토대로 대학원생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사회 전반에 퍼졌으나 정작 서울대는 ‘일부 사례일 뿐’이라며 사태를 축소했다. 설문 조사 결과 발표 후 변창구 교육부총장이 교수들에게 사과 메일을 보낸 사실 또한 논란이 됐다. 서울대 학보사 대학신문은 칼럼을 통해 '부총장마저 인권센터의 발표가 업무상 미숙이었다고 사과하는 가운데 인권센터는 실태조사 이후로 계획했던 업무에 나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인권실태 정보를 제공하는 인프라가 있어도, 그것만으로 학내 인권 수준을 높이기는 역부족이다. 이때 대학이 기울일 수 있는 노력 중 하나가 인권 강좌 개설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서는 고등 인권 교육을 강조하는 국제 흐름에 맞춰 2002년부터 대학교 인권 강좌 개설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306개 대학이 참여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 내 인권 관련 강의 개설비율은 43%로, 10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학교나 교수자에 따라 내용 편중이 심하고, 그나마 대부분이 법률 부분에 한정됐다는 점에서 인권을 다루는 폭이 좁다는 한계가 지적됐다.
한편 사립대학의 인권 관련 교과목 설립 비율은 41%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인권 관련 교과목을 가장 많이 개설한 사립대학은 24개의 과목이 개설된 고려대였으며 △한양대 15개 △이화여대 14개 △연세대 12개 순이었다. 우리 학교는 사회학과 구정우 교수의 ‘국제 인권’이 유일하게 인권 관련 과목으로 인정받아, 인권 교육에 있어서 사실상 걸음마 단계인 것으로 드러났다.
교수들 역시 대학 내 인권 강좌 현황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1998년도부터 서강대에서 인권 관련 강의를 해 온 김녕 교수는 “인권 강좌가 부족한 것에 대해서 대학이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며 “인권 센터의 존재 여부보다는 학교 안에서 꾸준히 인권 강좌가 개설되도록 하고, 여기에 많은 대학들이 동참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2년 째 ‘국제 인권’ 과목을 강의해 온 구 교수 역시 “우리 학교처럼 큰 대학에서 인권에 대해 다루지 않는 건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 할 문제”라며 “소수자, 다문화, 여성, 노동권 등 다양한 분야의 인권 강좌가 열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