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종윤 기자 (burrowkr@skkuw.com)
▲ 지난달 28일, 대한문 앞에서 ‘쌍용차 사태에 조속한 해결과 이 땅의 해고노동자들을 위한 매일미사’가 열렸다. / 이영준 기자 spiritful45@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제1항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그러나 이 조항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현장이 있다. 쌍용자동차(이하 쌍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동료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설치한 분향소는 어느덧 1년이 넘게 철거 문제와 씨름 중이다.
지난해 3월 30일 쌍차 해고노동자 이윤형 씨가 투신자살하면서 쌍차 사태 희생자가 22명으로 늘어났다. 이를 계기로 지난해 4월 5일 대한문 앞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분향소가 설치됐다. 이후 일반 시민들도 '시민 상주단'으로 희생자 추모에 참여해 왔다.
그러나 분향소가 생긴 이후 서울 중구청과 경찰 측은 계속해서 분향소 철거를 시도했다. 지난해 12월과 지난 3월 ‘정당한 사유 없이 도로에 토석, 죽목, 그 밖의 장애물을 쌓아놓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는 도로법 제45조를 근거로 분향소를 철거하려 했다. 당시에는 쌍차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가 철거 인력과 장시간 대치한 끝에 분향소를 지켜냈지만, 결국 지난 4월 4일 중구청 측에서 이른 새벽부터 인력을 투입해 분향소를 몰아냈다.
현재 분향소가 강제 철거된 자리에는 화단이 조성돼 있다. 쌍차 범대위는 분향소를 철거하고 만든 화단도 같은 시설물인데 왜 도로법이 한쪽에만 적용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문 앞 화단의 위법성을 주장하는 집회를 여러 차례 열고자 했으나 경찰의 개입으로 집회가 번번이 무산됐다. 임시 분향소를 세워 추모하려는 움직임도 경찰의 무력에 막혔다. 지난 6월 12일에는 임시 분향소를 지키기 위해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인 김정우 금속노조 쌍차 지부장이 체포돼 현재까지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에서도 지난 7월 11일 같은 내용의 집회를 신고했지만, 이튿날 주변 교통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남대문경찰서장으로부터 옥외집회제한통고를 받았다. 서울행정법원이 집회를 여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으나, 경찰은 집회 신고 장소를 점거한 채 집회를 방해했다. 민변 측은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집회를 막는 것은 엄연히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법 행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계속해서 경찰이 집회 장소에 투입되자 민변은 지난 7월 24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긴급구제 신청을 했다. 인권위는 다음날 “집회가 개최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긴급구제조치 권고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인권위의 결정에도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시민들이 집회를 제대로 볼 수 없게 했다. 이에 민변 권영국 변호사가 폴리스라인을 치우고 집회 장소를 점거한 경찰들을 밀어내자 경찰은 권 변호사를 비롯해 집회 참가자들을 체포했다. 경찰에 연행됐던 권 변호사는 3일 뒤 석방됐지만, 여전히 경찰은 24시간 교대로 대한문 앞에 주둔하고 있다. 민변 김종보 변호사는 “집회 장소 안에 경찰력이 들어오는 것은 집회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행위”라며 “집회 자유의 회복을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