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나영인 기자 (nanana26@skkuw.com)

▲ 서울시 성북구 숭덕초등학교 어린이 유해시설 및 안전지도./ ⓒwww.mappler.net
작년 10월,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을 강타해 뉴저지 지역 80%에 전기 공급이 중단돼 많은 주유소가 기름을 제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당시 뉴저지 시민은 온라인으로 제공된 커뮤니티매핑을 통해 주유소 위치뿐 아니라 △대기시간 △연락처 △주소까지 알 수 있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미국 러트거스대학교 겸임교수인 임완수 박사와 그가 이끄는 ‘문화적 혁신 기회를 만드는 학자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커뮤니티매핑을 통해 시민에게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커뮤니티매핑은 지도를 통해 사람과 사람, 커뮤니티와 커뮤니티 간의 소통과 참여를 유도해 지역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 임 박사는 커뮤니티매핑을 이렇게 정의했다. 커뮤니티매핑은 지리정보가 담긴 지도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참여자들이 지도에 들어갈 자료를 제공하고 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해 소통하는 과정까지 일컫는 말이다. 지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자발적인 참여와 소통에 더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사회를 더 평등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커뮤니티매핑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사례가 있다. 바로 서울시 숭덕초등학교 주변 지역 아이들의 안전한 등하굣길을 만들어주기 위해 진행한 ‘어린이 유해시설 및 안전지도 만들기 프로젝트’다. 지도의 정보는 학생들이 자신이 아는 학교폭력의 사각지대를 직접 업로드해 채워나갔다. 학부모와 주민의 적극적 참여로 모인 정보는 학교 주변 순찰 시에 유용하게 사용됐고, 개선이 필요한 시설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커뮤니티매핑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는 어려운 환경이다. 커뮤니티매핑을 단순한 지리정보 기술로만 인지하기 때문이다. 커뮤니티매핑은 기술적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보다 구축 후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실제로 그동안 몇몇 지역자치단체들이 커뮤니티매핑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지역주민의 참여가 저조해 실패했다. 덧붙여 임 박사는 우리나라 커뮤니티매핑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관들과 협력해 커뮤니티매핑 체계를 세우고,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우리나라에 맞게 상용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 커뮤니티매핑을 활성화하기 위해 임 박사의 주도로 한국에 비영리 사단법인 커뮤니티매핑센터(이하 커맵센터)가 설립될 예정이다. 임 박사와 함께 커맵센터 설립을 준비하는 서정주 씨는 “지자체나 기업들과 함께 사회 공헌 활동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비영리 조직의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며 커맵센터의 운영 방향을 밝혔다. 커맵센터는 4월 말에서 5월 초 사이에 출범한 이후 각종 기관과 연계해 보건 의료 분야 등 다양한 커뮤니티매핑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기술적인 플랫폼 구축 외에도 사람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관련 책자 제작과 워크숍 등을 통해 커뮤니티매핑에 관한 올바른 개념이 확산되게 할 계획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다. 커뮤니티매핑은 한명 한명이 가진 정보가 모여 커다란 정보 권력이 되게 하고, 그 권력이 사회를 더 평등하고 효율적이게 하는 데 일조한다. 바로 지금 우리가 커뮤니티매핑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